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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잡담

나는 아직도 오르막길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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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을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면허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땄는데 집에 차가 없다보니 차를 몰아볼 일이 없었고 당연히 나의 면허증은 주머니 속에서 몇년을 내리 잠만 자왔다.

그러다 2년전 중고차를 아버지가 사셨다.
차는 크레도스2, 2000년식 모델, 까스차에 스틱 이었다.
아버지는 한두번 몰아보시고 말았고 차는 거의 우리 형의 차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우리형이 초보였던 그시절, 형은 한달여를 혼자서 곡예주행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한다.
그리고 거의 1년여 동안을 혼자서만(이런!!) 몰고 다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 폐차한 애마 ㅠㅠ



차를 많이 몰아봤던 사람한테서 들었던 이야긴데 차를 오래 몰다보면 더이상 차를 모는게 재미있지 않고 질려서 몰기가 싫어진다는 것이다. 하긴. 내가 할인점 주차장에서 일할때 보면 부부가 차를 몰고 오는 일이 많은데 주차할 때만 빼고는 부인 쪽이 운전석에 앉아서 차를 모는 일이 많았었기는 했다.
물론 남편은 조수석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가 잠을 자던가 했겠지.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내가 제대로 운전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반 전쯤일거다.
아니 그것도 어떻게 보면 불분명한 수치다.
어떻게 보면 나는 운전을 쭈욱 해왔다기 보다는 띄엄 띄엄 해왔다는 말이 맞으니까.
말하자면 곰플레이어로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서 아래 시간탭을 콕콕 찌르면서 중요한 부분만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주로 방학때만, 아니면 형이 술을 먹는 날에 대리운전으로, 아니면 내가 한가할때 식구들을 태우고 다녔다. 한 달 정도는 차키를 만져보지도 못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밤중에 술먹은 우리형 대리운전을 할 때도 있었다.

대리운전이란 말이다. 
아마도 매우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당시 나같은 초보운전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원래는 차몰고 30분 걸리는 우리집이 나에게는 1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오르막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내리막길은 차라리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브레이크만 밟으면서 내려가면 됐는데 오르막길은 이거 클러치를 밟고 있다가 살짝 떼는 동시에 오른쪽 발의 브레이크를 뗌과 동시에 엑셀을 밟아주는데 이거 타이밍이 중요하다. 차라리 차를 세워놓고 뒤에서 밀고가는게 낫지. 그냥 오르막길은 차라리 괜찮다. 급경사인데다가 뒷차가 똥침할 정도로 붙어있으면 이건 정말이지 울고 싶다.

모르는 길은 무조건 직진
그렇다. 나는 모르는 길은 무조건 직진했다. 모로 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고 나는 열심히 엑셀만 밟아댔고 결국 30분 거리인데 도착시간은 한시간이 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끼어들기는 무리다.
정말이지 몇달동안은 끼어들기를 전혀 못했다. 차선 바꿀 일이 있으면 거의 300미터 이전에서 했다. 생각없는 운전자들은 내가 오른쪽 깜박이만 넣어놓고 계속 직진하니까 다들 추월하더라. 나는 그저 무서워서 덜덜거리며 직진할 뿐이었다.

이제는 나도 운전을 시작한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몇가지 사고(?) 도 있었고 지금도 우리 차의 상태 이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지금은 나도 베테랑이라고 자부하긴 좀 그렇지만 전방주시하고 옆에 뒤에도 잘 보면서 운전할 실력은 된다. 가끔씩 무개념으로 끼어들기 하는 승용차들을 보면 열받아서 급가속을 밟아버릴 때도 있다.(성격이 더러워졌단 소리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운전이 낯설다. 차키를 돌려서 시동거는 동작이 서툴고 주유소에서 주유뚜껑 대신 트렁크뚜껑을 따 버리기도 한다. 핸들 꺾다가 와이퍼를 켜는 경우도 있고 에어컨을 켜려다가 라디오 볼륨을 이빠이 높여버리는 경우는 워낙 많다.

어찌 보면 꼭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도, 열심히 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닌 게 운전인 듯도 싶다.
무엇보다도 안전운전이 제일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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