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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잡담

2012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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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난 뭘 하고 있었더라.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학교 신입생이었지.
고등학생을 벗어났지만 자유란 게 뭔지 아직 몰랐던 어중간했던 생활.
돈도 없었지만 돈쓰는 법도 몰랐던 시절이었지.
뜨뜻미지근하게만 살아왔고 친구 사귀는 법도 잘 몰랐던 그때였는데.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어물딱거리는 말버릇도 그대로,
운동하기 싫어하고 돌아다니기 귀찮아하고 책 좋아하고 게으른 심성도 그대로,
특별해 보이고 싶었지만 괴짜도 아니고 뭐도 아닌 어중띤 인생행보도 그대로,

그래도 그때 그때 힘들었잖아. 그래도 그때 그때 이겨냈잖아.
외로움도 그리움도 슬픔도 아련함도 둥굴레차 향같이 있는듯 없는듯 지냈잖아.
청춘은 없었는지 뜨거운 피도 없었고 나는 차가운 양서류였으니까.

뭐 그때도 꿈은 있었겠지. 뭔가 막연하고 손에 안잡히는거.
자다가 일어나면 겨울철 입김처럼 하얗게 사라지는거 말야.
치열하게 살았던게 스펙이 되는 세상인데, 나는 내밀 게 없다.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 거라고, 다들 그러던데
나는 정말 평범하구나. 

촌스러워 보여서 이젠 일기장도 안쓰는데,
그냥 써놓고 나니 손목이 오글오글 하다.
갑자기 중2병이 도지는 모양이다. 이거, 난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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