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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잡담

퇴직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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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4()

 

아까는 비가 많이 왔었는데 참 억수 같이 말이다. 생각이 점점 간결해지는 것 같다. 요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있다. 그 몽환스러운 분위기. 허무에 절어 있는 느낌의 문체는 나까지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어제부터 그저 잠만 잤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그것은 내가 없더라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바뀌는 것은 없다.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내 감정이 쉽게 변화하거나 인생의 노선이 급선회하지도 않을 것 같다.

원래는 아무 글도 쓰지 않으려 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살려 했지만,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져 버리니 글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을 정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지만, 역시 금방 지쳐버리고 지겨워지고 만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리고 또 헤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게 지겹도록 힘들기도 하고 이따금 그 안에서도 외롭단 생각도 들긴 한다. 하지만 나는 부정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혼자 있기 때문에, 늘 혼자이기 때문에 타인의 입김과 손길을 늘 필요로 하는 거라고. 사회성이란 것은 각자 외로운 인간들이 지어낸 단어라고. 모두의 마음속에는 악마가 한 마리 살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나오는 것이 참 지겹고 힘들었다. 사실 나는 공부체질이 아니라고. 그렇게 혼자서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책에 있는 글자들이 내 안구를 거쳐서 대뇌피질까지 도착하기는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이해를 할 수 없는 문자들이 너무 많다. 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대인관계도 그다지 원활하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싸움박질을 했다거나 남과 불화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혼자 뭔가에 빠져서 공상하기를 좋아했고, 아무생각 없이 그냥 있기를 즐겨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일할 때는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짜증났다. 내 시간을 버리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 돈을 위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세상에 중요한 명제가 얼마나 많은데 단지 돈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러나 역시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돈은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내 지갑 속에 있는 로또가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속물이다. 내 시간을 희생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은 다시 나의 유흥이나 취미생활, 먹고 살고, 차량 유지에 다시 소모되고. 다시 그 돈을 벌기 위해 나의 시간과 노력을 다시금 할애하고.

그런 악순환이 이제는 잠시나마 끝났다. 어제 나는 퇴직했다. 뭐 여기도 그닥 오래 일한 건 아니라서 딱히 큰 감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나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도 않았다. 이제 그 직장에 다시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겠지. 단지 아쉬운 것은, 이제 받을 수 없는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생활을 유지하려면 지금까지의 약간 방탕한 생활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 그것도 괜찮겠지. 사실 나는 돈을 잘 안 쓰고 살 수 있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근데 많이 먹긴 먹었다.

쓰다 보니 주제도 없고 내용도 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뭐 괜찮겠지. 누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별 재미도 없으니 바로 스크롤을 내려버리겠지. 괜찮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이니까. 그나저나 운동은 시작해야 할 텐데. 운동부족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근데 내가 게을러서.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을까. 지금은 변화의 순간이다. 혼자에 익숙해져야 할 텐데. 비가 그치고 나면 나도 공부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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